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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땅속에 묻힌 빛나는 보석 꿈을 그리는 청년 예술가 박한음


 

지난해 발달장애 화가와 변호사가 드라마에 등장하며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경남공감>도 그 마을에 온기를 더하고 싶다.

다름의 경계를 허물고 커피처럼 일상으로 스며든 청년 예술가의 꿈과 이야기를 전한다.

글 김미영 사진 유근종

 

점이 그림이 되기까지, ‘만 번의 법칙’

 

드립 커피 봉투 그림에 시선이 멈춘다. 뜯어 버리기 아깝다 싶어 ‘painted by 한음’ 정보를 검색해보니 발달장애 작가 작품이다. “한음이가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 인터뷰가 쉽지 않을 텐데요. 그래도 괜찮으시면 오십시오.” 아버지 박진훈(52) 씨 동의를 구하고, 양산시 중부동 ‘꿈꾸는 공방’을 찾았다. 어머니 박영경(52) 씨가 일기, 종이접기, 그림, 가정 통신문 등 한음 씨의 21년 인생을 펼쳐 보인다. “한음이가 점과 점을 이어 하나의 선을 완성한 순간, 가슴이 벅차올라 만세를 불렀어요. 더디지만 10번, 100번 반복하다 보면 결국 해내더라고요.” 어머니는 ‘만 번의 법칙’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다양한 경험 통한 꿈 찾아주기 프로젝트

 

생후 40개월쯤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은 박한음(21) 씨. 5살 되던 해, 교육 불가능 통보를 받고 부모님은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부모표 교육’이다. “드럼 스틱도 못 잡으리라 생각했던 녀석이 리듬을 타고, 피아노도 유명한 곡만 찾아내요. 가르칠 때 애를 먹었는데 외발자전거를 탄다니까요. 하하.” 한음 씨 성장 영상을 보여주며 자랑이 끊이지 않는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꿈을 찾아 나선 한음 씨는 드럼·피아노·색소폰 연주에 등산·스케이트도 즐기는 만능 재주꾼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늘 궁금했어요. 그림을 통해 초록색을 좋아하고, 밤과 개를 무서워하는 걸 알게 됐죠.” 어머니는 그림으로 아들과 소통하며, 그 꿈을 이뤄 주려고 애를 썼다. 덕분에 한음 씨는 지난해 개인전도 선보인 작가로 성장했다. ‘땅속에 묻힌 빛나는 보석’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우러지는 세상 됐으면

 

라포(Rapport·상호 신뢰 관계)가 형성된 활동 보조 선생님과 함께 앳된 모습의 한음 씨가 등장했다. 배꼽 인사를 건넨 후 곧바로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다. 낯선 이의 방문에 불안해할까 봐 사진작가도 조용히 그 모습을 담는다. 화폭에 옮긴 나무, 들꽃, 카페 등 일상이 화려한 색감과 과감한 터치로 살아난다. 사계절을 표현한 나무는 입체파 거장 ‘파블로 피카소’를, 화려한 색감의 카페는 후기 인상파 대표주자 ‘빈센트 반 고흐’를 연상케 한다. “아직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정도예요. 세상에는 한음이보다 훨씬 재능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 아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부부는 아들 작품에 겸손한 평가를 하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는 시선을 부탁한다.

 

부모의 역할, 자립할 수 있는 터전 마련

 

부부가 생각하는 부모의 역할은 관찰과 재능 발견, 환경 조성, 지지와 격려, 귀 기울임, 기다리기, 일관성이다. 유아교육 전공자임에도 절망했다는 어머니는 전문기관과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전한다. 발달장애인 부모의 바람은 자녀가 직업을 갖고 자립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는 것이다. 부부는 발달장애인 직업교육과 자립을 위해 ‘꿈꾸는 공방’을 열었다. 커피 드립백·그림·공예품 등을 제작하여 판매하고, 수익금은 발달장애인들의 직업교육과 프로그램 개발에 쓰인다. 주변의 따뜻한 격려 속에 지난달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음 씨는 올해 텃밭을 가꾸는 농부 화가로 변신할 예정이다. 이런 다양한 경험이 예술적 감수성 성장의 자양분으로 거듭나고, 언젠가는 홀로 탄탄하게 자립할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출처:경남공감(https://www.gyeongnam.go.kr/gonggam/index.gyeong?menuCd=DOM_000001508000000000&gg_depth1=03&gg_depth2=02&ggSeq=39942&ggVolumeAndNewOldStatus=120%3ANEW)

[문화의 향기]땅속에 묻힌 빛나는 보석 꿈을 그리는 청년 예술가 박한음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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